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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람이 만드는 제주 맛집

18. 5월. 2016

마음도, 발걸음도 느긋해지는 섬. 제주에서 제주 사람이 만드는 진짜 제주 음식을 맛보자.

© 김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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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바다의 참맛 앞바당

바당은 제주 방언으로 바다라는 뜻이다. 이름대로 바다를 앞마당 삼은 듯한 이곳은 제주산 붕장어 전문 식당인데 외관부터 독특하다. 서귀포항 동쪽 인근, 고즈넉한 서귀포 바다가 집 앞으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주인 부부가 거주하는 가정집 마당에 평상과 비닐 천막을 설치하고 식당으로 운영한다. 살뜰한 서비스는 기대하지 말자. 해녀인 안주인이 앞바다에서 잡아온 붕장어를 듬성듬성 손질해 가져다 주면 연탄불에 직접 구워 먹으면 된다. 붕장어 머리가 불 위에서 꿈틀거릴 정도로 신선하며, 육질이 고소하고 담백하다. 취향에 따라 소금구이와 고추장구이 두 가지로 즐길 수 있다. 흔히 붕장어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소금구이로 먹어야 한다고 하나, 이곳은 고추장 양념이 세지 않은 편. 즉 어느 방법이든 상관없을 듯하다. 붕장어 김치찌개, 우럭 매운탕, 회도 낸다. 그때그때 앞바다에서 잡아온 해산물을 사용하므로 메뉴가 달라질 수 있다. 방문 전에 전화로 미리 확인하자.

앞바당 아나고 구이 1kg당 3만3,000원, 12pm~5pm(영업 시간 불규칙), 월요일 휴무, 064 732 9310, 서귀포시 보목로70번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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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위로하는 몸국 한 그릇 호근동

제주 시청 인근 골목에 자리한 18년 된 동네 식당.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낡고 단출한 벽돌 건물에 새파란 옛 간판을 내건 식당이 나오는데, 이곳이 현지인 중에서도 아는 사람만 안다는 숨은 맛집이다. 주인이 서귀포 호근동 출신이라 식당 이름을 호근동으로 지었다고. 몸국, 돔베고기, 제주식 순대, 창도름(막창) 등 제주 향토 음식을 전문으로 한다. 그중 해초의 일종인 모자반과 돼지고기를 함께 끓이는 몸국을 꼭 맛보자. 돼지고기의 각종 부위를 푹 우려낸 국물이 꽤나 진하다. 자칫 느끼하거나 비릴 수도 있지만 여기에 모자반의 시원한 맛이 균형을 절묘하게 맞춰준다. 돼지고기와 해초라는 의외의 조합이 끈적하게 어우러져 혀에 착착 감기고, 보약을 먹는 기분마저 들기도 한다. 돔베고기는 낡은 나무 도마 위에 제주산 오겹살 수육을 정갈하게 얹고, 한쪽에 굵은소금을 뿌려 낸다. 두툼한 비계마저 쫄깃하고 고소하다. 1점씩 음미하며 먹다 보면 이런 성찬을 날마다 먹을 수 있는 제주 사람이 부러워질 정도. 참고로 몸국의 ‘몸’은 모자반을 이르는 제주 방언이다. 돔베고기는 도마 위에 돼지고기 수육을 올려서 낸다 해 도마를 뜻하는 ‘돔베’를 붙였다.

호근동 몸국 7,000원, 돔베고기(소) 2만2,000원, 5pm~2am, 064 752 3280, 제주시 광양10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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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갈비 연주법 기사숯불구이

간판에 ‘기사’가 들어간 식당은 웬만하면 맛있다고들 한다. 제주시 외도의 기사숯불구이도 그 속설을 입증하는 듯하다. 신선한 제주산 돼지고기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곳이며, 맛 좋은 피아노 갈비로 유명하다. 이름이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는 피아노 갈비는 사실 돼지 양념 갈비다. 주인에 따르면 ‘등갈비’의 어감이 이상하다며 자녀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긴 등갈비를 통째로 내주는데 그 모양이 마치 피아노 건반 같아 고개가 끄덕여진다. 갈비를 자르지 않고 뼈째 구워 육즙이 살아있고 질 좋은 숯에 구워 부드럽고 담백하다. 양념 맛이 세지 않은 것도 장점. 조미료나 색소를 쓰지 않은 채, 고기 자체의 맛을 가장 잘 살려주는 양념을 개발하는 데 꽤나 공을 들였다고 한다. 등갈비를 구워 먹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남은 등갈비 두세 점을 넣고 끓여주는 된장찌개가 별미. 특별할 것 없이 깻잎, 청양고추, 볶은 멸치만 넣었는데 매콤하고 시원하면서 감칠맛이 솟는다. 제주산 브로콜리와 깻잎, 파로 담근 장아찌, 무절임 등 손님이 알아서 가져다 먹는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들어 있다. 올해 중에 강원도 삼척에 분점을 낼 예정이다.

기사숯불구이 피아노 갈비 250g 1만2,000원, 12pm~10pm, 064 712 1192, 제주시 우정로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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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한 여주인과 떡볶이 제원분식

제주시 연동의 제원아파트는 이른 봄이면 동백나무가 꽃을 피우는 38년 된 저층 아파트다. 아파트 단지 앞에 올래국수 등 유명 맛집이 자리해 제원아파트 하면 맛집 골목으로도 통한다. 제원분식은 이 골목에서 20여 년째 영업 중인 동네 분식집이다. 나이 지긋하고 무뚝뚝해 보이는 여주인이 평범한 꽃무늬 국그릇에 국물 떡볶이를 넘치도록 담아준다. 쌀떡과 어묵이 반씩 들었는데 국물이 되직하고, 맵기보다 달착지근한 편. 어릴 적 학교 앞에서 사먹던 것처럼 친근한 맛이라 하나씩 계속 집어먹게 된다. 주인의 말에 따르면 인근 동문시장에 널려 있다는, 터프하게 튀긴 튀김 맛이 괜찮다. 큼직한 김말이나 삶은 달걀 튀김을 곁들여보자.

제원분식 떡볶이 3,000원, 튀김 2개 1,000원, 김밥 1줄 1,000원, 9am부터 재료 소진 시까지(김밥은 6am부터 구매 가능), 월요일 휴무, 064 747 6941, 제주시 신광로6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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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을 맛보는 바닷가 포장마차 섶섬 할망 카페

제주 전통 술 순다리를 아는지? 예부터 식량이 부족하던 제주에서 식사 대용으로 집집마다 담가 먹던 발효 음료다. 첨가물 없이 좁쌀, 보리쌀 등을 발효시켜 만든 누룩으로만 제조해 밥 먹듯 숟가락으로 떠먹었다. 학교에서 급식으로 내기도 했는데 아무리 도수가 낮다해도 술은 술이어서, 학생들이 얼굴이 벌게진 채 수업을 듣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그런 식량난이 사라지면서 순다리를 담그는 이도 줄었고, 애초에 판매용이 아닌 구휼 식량이었던 탓에 따로 판매하는 식당도 거의 없다. 그나마 손맛 좋은 할망이 담그는 정통 순다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아마 이곳이 유일할 듯. 서귀포항 동쪽 인근, 한갓진 마을 골목을 따라 바닷가로 가면 섶섬 할망 카페가 나온다. 친절한 해녀 할망과 며느리가 운영 중이라 살짝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분위기다. 해녀 할망이 소라, 문어, 성게 등을 잡아오면, 며느리가 라면이나 칼국수에 넣어 끓여준다. 어떤 메뉴를 먹든 빠지지 않는 순다리는 막걸리처럼 사발에 내준다. 곡물 건더기가 씹힐 정도로 되직하고, 톡 쏠 만큼 시큼하다. 할망은 이 순다리 한 사발이면 소화에 즉효이며,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다고 알려준다. 뒤편 마당에 놓인 개나리색 평상은 시원한 바닷바람이 입맛을 돋우는 명당 자리. 이렇듯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해맑고 마음 따뜻한 고부와 수다를 떨다 보면 그 누구라도 마음이 느긋해질 것이다. 그러니 화장실이 따로 없어 뒤쪽 풀숲에서 해결해야 하는 애로사항쯤은 웃어넘기자.

섶섬 할망 카페 순다리 2,000원, 성게 칼국수 1만 원, 010 2859 8876, 서귀포시 보목로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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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청년은 친절해요 명당양과

제주도 토착 빵집의 양대 산맥은 어머니빵집과 명당양과다. 어머니빵집은 1985년에, 명당양과는 그보다 5년 전인 1980년에 오픈했다. 2곳 중에서 명당양과에 가야 할 이유를 꼽는다면 맛 좋은 팥빵과 친절한 빵집 청년 때문일 듯. 질 좋은 식자재만 사용한다는 이곳에서는 꽈배기, 공갈빵 등 평범한 빵도 맛이 훌륭하다. 그중 팥빵이 일품이다. 팥을 끓여 직접 만든 앙금을 넣는 덕분에 달지 않은 대신 팥 본연의 담백한 맛을 낸다. 여전히 제주 현지인들은 이곳에서 제사용 카스텔라를 주문하곤 한다(제주도에는 제사상에 밥 대신 빵을 올리는 풍습이 있다). 물론 명당양과는 옛것만 고집하지 않는다. 이 빵집을 거쳐간 지난 30여 년 세월은 프랑스 유학파인 젊은 문해창 실장의 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창업주의 아들인 그는 제주의 옛것과 새것을 접목시킨 메뉴를 개발한다. 국산 쌀로 만든 파이인 올레길 파이, 제주 감자로 만든 이탤리언 치아바타 등이 대표적인데, 현지인에게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본점으로 운영 중인 곳은 노형점. 매장에서 커피를 판매하며, 좁지만 앉아서 먹고 갈 수 있는 좌석도 있다. 주의할 점이라면 매장 인근에 주차 공간이 넉넉치 않다는 것.

명당양과 노형점 찹쌀 도너츠 1,000원, 올레길 파이 3,500원, 7am~12am, 064 711 1003, 제주시 원노형로 83, facebook.com/mdang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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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전복죽이다 중문어촌계 해녀의 집

제주도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는 팁 하나는 해녀의 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제주도 해안 전역에 자리한 10여 곳의 해녀의 집 모두 현역 해녀가 운영하고 있다. 중문관광단지 쪽 해녀의 집은 전복죽이 유명하다. 씨에스호텔 앤 리조트의 호젓한 산책로를 따라 바다 쪽으로 내려가면 방파제 끝에 숨은 작은 돌집이 나온다. 단출한 단층 건물 뒤편에 널린 해녀복과 물질 도구는 물기가 채 마르지 않았다. 꾸밈 없는 풍경이 보여주듯 이곳의 사장과 직원 3명은 각각 30년부터 50여 년에 이르는 물질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30년 경력의 직원은 신참 취급을 받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고된 물질을 나가는 해녀들이 인테리어나 요리에 엄청난 공을 들일 리 없다. 그렇게 치레하지 않은 대로 자연스러운 매력이 있는 곳이다. 허름한 건물이지만 창에 매일 수채화 같은 바다가 걸리고 그날 아침에 캐온 해산물을 요리하는 할망의 손맛이 꽤 괜찮다. 전복죽이 짙은 겨자색을 띠는 이유는 전복 1개를 내장까지 통째로 넣었기 때문. 소금, 참기름 등으로 최소한만 간을 해서 전복 맛을 담백하게 살렸다. 죽은 되직한 편이고, 굵직하게 썬 전복이 간간이 씹는 맛을 더해준다. 배불리 1그릇을 싹싹 비워도, 식당 문을 나서는 기분은 산뜻할 것이다. 상쾌한 바닷바람 혹은 할망의 해사한 미소 덕분에.

중문어촌계 해녀의 집 전복죽 1만 원, 모둠 해산물 2만 원, 10am~6pm(물질 하지 않는 날은 8am부터), 064 738 9557, 서귀포시 중문동 2658-2.

이기선  사진 김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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