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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운동장 그리고 7년 후

25. 4월. 2014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한 지 벌써 7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21일,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그간의 수많은 논란을 뒤로하고 개관했습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DDP는 복잡 미묘한 건물이에요. 커다란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외관은 분명 웅장하지만, 주변 환경과는 조화를 이루지 못해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부의 아름다운 곡선미나 조형미와 달리, 위에서 아래를 짓누르는 듯한 외관은 좀처럼 아름다워 보이지 않죠. 한마디로, 장기적인 도시 개발 계획의 일환이 아니라 ‘일단 지어놓고 생각하자’는 전시 행정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DDP에 대한 저의 이런 감상은 어쩌면 제가 여전히 동대문운동장을 추억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동대문운동장의 철거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차치하고 보면, DDP는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할 자격이 충분한 건축물입니다. 5,000여 억 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자해 곡선만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물이 탄생한 것입니다. 자본과 첨단 기술, 7년이라는 시간을 쏟아 부은 곳이죠. 그래도 저는 묻고 싶습니다. 동대문운동장을 비롯해 손때 묻은 풍경이 하나 둘씩 사라져버린 서울은 과연 안녕한지 말이에요.
2007년부터 지금까지 야구 경기가 열리던 동대문운동장의 마지막 모습, 철거 과정 그리고 DDP의 건설 과정을 틈틈이 기록해왔습니다. 사진은, 즉 기록은 생각보다 힘이 세지요. 동대문운동장은 철거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남은 사진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낡고, 보잘것없고, 그래서 소중함을 몰랐지만, 80여 년간서울 시민의 희노애락을 함께해온 동대문운동장이 이자리에 있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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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의 외관은 모양이 각기 다른 4만5,133장의 비정형 알루미늄 패널로 이루어져 있어요. 덕분에 불시착한 UFO를 연상시키는 초현대적인 건물이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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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운동장은 누군가에게는 숨 가쁜 도시의 일상 속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휴식처였습니다. 뜨거운 여름 햇살 혹은 조명탑 그늘 아래에서 야구를 즐기며 잠시나마 고된 현실을 잊던 이들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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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 바라본 DDP의 전경이에요. 바닥과 외장 패널 사이에 설치한 LED 조명 덕분에 DDP는 밤에 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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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제37회 봉황대기 고교 야구 대회에서 동대문운동장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했습니다. 채반을 머리에 이고 먹거리를 팔던 아주머니의 뒷모습은 이젠 동대문운동장처럼 사라져버린 수많은 삶의 풍경 중 하나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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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야구부이던 한 친구는 말합니다.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될 때 내 일부도 함께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그곳은 평범하고 소박한 이들의 공간이었습니다. 이름 없는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 사라져가는 것이 못내 마음 아플 따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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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는 각종 전시와 콘서트, 컨벤션을 위한 다목적 공간입니다. 제게 동대문운동장이 그러했듯 시간이 지나면 이곳도 누군가에겐 추억의 장소가 되겠죠. 세월의 흔적과 이야기가 쌓이면 DDP 역시 서울의 풍경 중 하나로 사랑받게 되리라 기대해봅니다.

박준수는 서울 안팎의 사회적 풍경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2012년, 야구 전문 작가 김은식과 〈동대문운동장〉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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